시공주니어 문고 시리즈 1단계 53권. 시각 장애인 가정의 단란하고 건강한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밝고 명랑한 아이의 말투, 아빠와 아이의 사랑스러운 교감은 가족 간의 사랑, 유대감을 정겹게 보여 준다. 아이의 천진한 발상과 아이와 아빠의 다정한 대화는 보는 내내 유쾌하고, 딸에게 올바른 마음의 눈을 깨우쳐 주는 아빠의 가르침은 소중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가오리의 아빠는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집에서 침술 치료를 한다. 어린 딸 가오리는 아빠가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누구보다 뛰어난 감각으로 세상을 선명하고 분명하게 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빠는 가오리의 셔츠 냄새에서 급식 음식을 알아맞히고, 현관문 소리에 뒷집 할머니가 오신 것도 알아챈다. 할머니의 등에 긴 침을 아프지 않게 정확히 꽂는 것은 물론, 날씨도 기막히게 알아맞힌다. 가오리는 아빠처럼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본다. 도로에 비가 뿌리는 소리가 들리고, 운동장에 핀 나팔꽃이 보인다. 비를 피하다 날아가는 참새가 보이고,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작품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눈을 감고 오감을 활짝 열어 세상과 소통해 보라고 나긋이 권유한다. 잊고 지나치는 수많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 물건, 풍경 들이 우리 가까이에, 곁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해 보라고 가만가만 속삭인다.